성경에 술 마시지 말라는 말이 있나요?
조선 말기에 복음을 전하러 온 서양의 선교사들은 고질적인 음주 문화에 찌들어 나태하게 살고 있는 남자들을 돕기 위해 음주 자체를 죄악시했다. 그래서 한국의 기독교는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술의 유혹을 끊지 못하는 어떤 성도들은 성경에 술 마시지 말라는 말은 없으며, 이스라엘에서는 포도주가 음료수라고 정당화한다. 그러므로 이스라엘에서의 포도주의 의미와 마시는 방법에 대해서 알 필요가 있겠다.
포도주의 상징적 의미
포도주는 유대인들에게 ‘기쁨’의 상징이었다. 성경 시대의 이스라엘에서의 8~9월은 더위와 물 부족으로 고통이 배가 되는 시기였다. 우기(10~3월) 동안 빗물을 저장해 두었던 웅덩이(cistern)의 물은 거의 다 떨어지고 기온은 40~45도를 오르내린다.
다행히 이 시기는 포도를 수확하는 시기이다. 길고 긴 갈증 끝에 마시게 되는 포도즙은 그야말로 모든 고난과 고통을 없애주는 기쁨이었다.
포도주를 마시는 방법
그래서 유대인들은 절기나 행사 중 기쁨이 표현되어야 할 때에 반드시 포도주를 식탁에 올려놓아야만 했다. 안식일에는 한 잔, 결혼식에서는 두 잔, 유월절에는 네 잔의 포도주를 마시게 되어 있다.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하는 포도주와 사람의 얼굴을 윤택하게 하는 기름과 사람의 마음을 힘 있게 하는 양식을 주셨도다 시 104:15 |
그러나 여기에는 분명한 제한이 있었다.
유대인들은 매주 안식일 정찬에 한 잔의 포도주를 온 가족과 함께 마신다. 그러나 마시는 것이 아니라 입에 축이는 정도이다. 이때 성인식을 치르는 나이인 13세가 지난 자녀들을 의도적으로 참석시키는데, 아직은 어린아이들에게 안식일마다 씁쓸한 맛이 나는 포도주로 목을 축여야 하는 것은 그다지 즐거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유대인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은 성인이 된 뒤 과음에 빠지는 일이 거의 없다고 한다.
또한 유대인들은 노아가 과음 때문에 저지른 실수를 다시 반복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는 매년 유월절 만찬에서 마시는 포도주에서도 잘 나타난다.
저녁 6시부터 자정까지 계속되는 유월절 만찬에서 유대인들은 모두 네 잔의 포도주를 마신다.
그런데 이 포도주는 네 배로 희석시켜 준비한다. 즉 한 잔의 포도주에 세 잔의 물을 타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알코올 농도는 포도주 한 잔을 마시는 것과 같게 된다. 게다가 저녁 내내 유월절 예식과 함께 천천히 마시기 때문에 좀처럼 취하지 않는다.
성경에는 과음에 대한 경고뿐 아니라 과음 때문에 실수한 예도 나온다.
노아가 농사를 시작하여 포도나무를 심었더니 포도주를 마시고 취하여 그 장막 안에서 벌거벗은지라 창 9:20-21 |
술 취하지 말라 이는 방탕한 것이니 오직 성령으로 충만함을 받으라 엡 5:18 |
너희가 음란과 정욕과 술취함과 방탕과 향락과 무법한 우상숭배를 하여 이방인의 뜻을 따라 행한 것은 지나간 때로 족하도다 벧전 4:3 |
한 잔의 포도주를 네 배로 희석해서 저녁 내내 마시는 유대인의 포도주 문화는, 술잔을 쉼 없이 비우며 폭탄주를 들이켜는 한국의 술 문화와 비교된다. 포도주를 음료수처럼 마시지만 취하지 않으려고 애써 노력하는 유대인들의 지혜가 귀감이 된다.
류모세, 『열린다 성경 식물 이야기』, 2008, 두란노서원, 109-111.
류모세, 『열린다 성경 절기 이야기』, 2012, 두란노서원, 110-111.
장재일, 『목사님~ 밥하고 설교하세요』, 2011, 쿰란출판사, 144-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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