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성경에 나오는 살구는 잘못된 번역으로 실제로는 아몬드(almond)이다. 아몬드는 히브리어로 ‘샤케드(Sheked)이며, ‘흔들어 깨운다’는 뜻이다.
이스라엘에는 건기와 우기뿐이며, 봄과 가을은 여름과 겨울이 교차하는 한 달 정도의 환절기에 불과하다. 10월부터 4월까지의 우기(겨울) 중 매섭게 추운 1월 말과 2월 초에, 벚꽃과 비슷하게 생긴 아몬드꽃이 따뜻한 갈릴리 지역을 시작으로 피어난다.
그래서 건기를 준비할 수 있도록 모든 나무들을 긴 겨울잠에서 흔들어 깨운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1. 살구(아몬드) 나무 꽃의 의미
전 12:5 또한 그런 자들은 높은 곳을 두려워할 것이며 길에서는 놀랄 것이며 살구나무가 꽃이 필 것이며 메뚜기도 짐이 될 것이며 정욕이 그치리니 이는 사람이 자기의 영원한 집으로 돌아가고 조문객들이 거리로 왕래하게 됨이니라 |
본문에서는 아몬드꽃의 하얀 색감을 노년의 흰머리로 비유하고 있다. 또한 아몬드꽃은 어느 날 갑자기 온 동네를 뒤덮기 때문에 ‘순식간에’라는 의미도 지니고 있다.
즉 아몬드꽃이 순식간에 피는 것처럼 노년이 순식간에 다가올 것이고, 그때는 흰머리가 날 것이며, 메뚜기(carob)도 지고 가지 못할 정도로 힘이 없어질 것이라는 말이다.
2. 아론의 지팡이에 핀 살구(아몬드) 꽃의 의미
민수기 16장은 레위 지파인 고라를 중심으로 대제사장 아론의 권위에 도전한 반역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하나님은 각 지파별로 지팡이 열둘을 취하게 하시고 그 지팡이를 지성소의 법궤 앞에 두게 하셨다. 그런데 다음 날 아론의 지팡이에만 아몬드꽃이 피고 아몬드 열매가 맺혀 있었다.
그렇다면 아론의 지팡이에는 왜 살구꽃이 핀 것일까?
민 17:8 이튿날 모세가 증거의 장막에 들어가 본즉 레위 집을 위하여 낸 아론의 지팡이에 움이 돋고 순이 나고 꽃이 피어서 살구 열매가 열렸더라 |
대제사장의 역할은 자신이 늘 영적으로 깨어 있을 뿐 아니라 영적으로 잠자고 있는 백성들도 흔들어 깨우는 것이다. 그래서 하나님은 대제사장 아론의 지팡이에만 아몬드꽃이 피게 하심으로 아론의 권위에 도전하여 일어난 고라 일당의 반역을 마무리하시며 아론의 권위를 세워주신 것이다.
3. 살구(아몬드) 꽃 형상의 등잔대의 의미
왜 성소 안 등대의 잔 모양이 아몬드꽃 형상이었을까?
출 25:32-33 가지 여섯을 등잔대 곁에서 나오게 하되 다른 세 가지는 이쪽으로 나오고 다른 세 가지는 저쪽으로 나오게 하며 이쪽 가지에 살구꽃 형상의 잔 셋과 꽃받침과 꽃이 있게 하고 저쪽 가지에도 살구꽃 형상의 잔 셋과 꽃받침과 꽃이 있게 하여 등잔대에서 나온 가지 여섯을 같게 할지며 |
아몬드 꽃의 의미인 ‘Sheked(깨어 있다)’는 “여호와께서 성을 지키지 아니하시면 파수꾼의 깨어 있음이 헛되도다”라고 하는 시편 127편 1절의 ‘깨어 있음’과 같은 어근이다.
성소에 있는 등불은 여호와께서 성소 안에 임재해 계신다는 의미이므로 그 불은 항상 꺼지지 않아야 했다. 그러므로 그 등대를 구성하는 잔의 형상과 무늬가 바로 살구꽃이라는 것은 ‘하나님께서 항상 깨어 임재해 계신다’는 의미가 되는 것이다.
4. 예레미야가 환상 중에 본 나뭇가지의 의미
하나님은 남유다의 마지막 전성기를 이끌던 요시야 시대에 이미 예레미야에게 살구(아몬드) 나무 가지의 환상을 보여 주셨다. 앞으로 닥칠 왕국의 멸망과 바벨론 포로기의 칠흑 같은 어두움을 이겨내도록 선지자 예레미야에게 일종의 예방주사를 놓아주신 것이다.
렘 1:11-12 여호와의 말씀이 또 내게 임하니라 이르시되 예레미야야 네가 무엇을 보느냐 하시매 내가 대답하되 내가 살구나무 가지를 보나이다 여호와께서 내게 이르시되 네가 잘 보았도다 이는 내가 내 말을 지켜 그대로 이루려 함이라 하시니라 |
아몬드는 긴 겨울 동안 자지 않고 부지런히 깨어 있는 나무다. 이스라엘에 추운 겨울이 지나고 희망의 봄이 오는 것을 가장 먼저 알리는 파수꾼의 역할을 한다.
요시야의 죽음 이후 남유다는 므낫세 왕의 우상숭배와 죄악 때문에 바벨론에 팔리기로 예정되었다. 이스라엘 백성은 3차에 걸쳐 바벨론에 포로로 잡혀갈 것이며, 유다 땅은 형극과 질려가 나는 황무지로 변할 것이다. 모든 백성이 깊은 절망에 빠져 아무런 희망의 빛도 보지 못할 날이 조만간 올 것이다.
이에 하나님은 예레미야에게 살구(아몬드) 나무 가지의 환상을 미리 보여 주셔서 닥쳐올 환난을 준비하게 하신 것이다.
포로기의 긴 겨울이 아무리 매섭게 휘몰아칠지라도 아몬드가 겨울 동안 자지 않고 희망의 봄을 알리는 파수꾼이 되는 것처럼, 하나님께서는 결국 포로기의 겨울을 끝내고 희망의 봄이 오게 하실 것임을 알려주신 것이다.
참고문헌
류모세, 『열린다 성경 식물이야기』, 2008, 두란노서원, 138-145.
장재일, 『목사님~ 밥하고 설교하세요』, 2011, 쿰란출판사, 160-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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