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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설교

무화과나무를 심은 포도밭 주인(누가복음 13장 6-9절)

by 감사와 기쁨 2023.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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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밭에 무화과나무를 심은 주인

 

눅 13:6-9
6 이에 비유로 말씀하시되 한 사람이 포도원에 무화과나무를 심은 것이 있더니 와서 그 열매를 구하였으나 얻지 못한지라
7 포도원지기에게 이르되 내가 삼 년을 와서 이 무화과나무에서 열매를 구하되 얻지 못하니 찍어버리라 어찌 땅만 버리게 하겠느냐
8 대답하여 이르되 주인이여 금년에도 그대로 두소서 내가 두루 파고 거름을 주리니
9 이 후에 만일 열매가 열면 좋거니와 그렇지 않으면 찍어버리소서 하였다 하시니라

 

고대 성경 시대에 이스라엘 백성들에게는 무화과나무에 비해 포도나무가 몇 배 더 중요했다.

모든 나무들이 성전에서 제물을 태우는 용도로 쓰일 수 있었지만, 살아가는데 가장 중요한 포도주를 내는 포도나무와 기름을 공급하는 올리브(감람) 나무만큼은(감람) 제외되었다.

 

반면, 무화과나무는 여러 가지 조건에 의해서 하찮은 나무로 여겨졌다.

왜냐하면, 수없이 많은 열매를 맺기 때문이다.

지중해와 접한 중동 지방인 이스라엘의 독특한 기후에서, 무화과나무는 유월절이 있는 4월부터 초막절이 있는 10월까지 모두 다섯 번 열매를 맺는다.

이스라엘의 기후는 4월부터 10월까지 이어지는 건기(여름)와 그 나머지 기간인 우기(겨울)로 나뉜다. 6개월의 우기 동안 앙상한 가지로 겨울을 보낸 무화과나무는 유월절이 다가오면서 조그만 잎사귀와 함께 첫 열매(파게 פגה)를 맺은 후, 이후에 순차적으로 4번 더 열매(테에나 תאנה)를 맺는다.

그러므로 만약 어떤 무화과나무에서 열매를 맺지 않는다면, 그 나무는 그해에 땅만 버리고 귀중한 물을 낭비하는 나무로 인식되었다.

 

또한 무화과나무에서 열리는 무화과가 많이 있으므로 열매를 맺지 않는 무화과나무는 즉시 잘려 나가는 것이 당시의 일반적인 풍습이며 생활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바보같이 들리는 비유를 하신 것이다.

어떤 포도나무 과수원 주인이 자신의 포도밭에 무화과나무를 심었다.”

게다가 열매를 구했으나 얻지 못했다.

 

여기에서 중요한 말은 ‘3이라는 것이다.

유대인들의 생활 율법들 가운데는 유실수를 심는 법과 그 나무에서 열매를 얻는 것에 대한 법이 있었다.

19:23 너희가 그 땅에 들어가 각종 과목을 심거든 그 열매는 아직 할례 받지 못한 것으로 여기되 곧 삼 년 동안 너희는 그것을 할례 받지 못한 것으로 여겨 먹지 말 것이요

 

무화과나무 열매 (출처: Pixabay)

 

포도밭 주인이 무화과나무의 열매를 얻으러 간 해

그렇다면 이 포도밭 주인은 무화과나무를 심고 몇 년 뒤에 그 열매를 얻으려고 과수원에 찾아갔을까?

4년째? 아니다. 4년째는 3년이 지난 뒤 첫 번째로 열리는 열매였기 때문에 모두 다 하나님의 것이었다.

3:13 처음 태어난 자는 다 내 것임은 내가 애굽 땅에서 그 처음 태어난 자를 다 죽이던 날에 이스라엘의 처음 태어난 자는 사람이나 짐승을 다 거룩하게 구별하였음이니 그들은 내 것이 될 것임이니라 나는 여호와이니라
34:26 네 토지 소산의 처음 익은 것을 가져다가 네 하나님 여호와의 전에 드릴지며 너는 염소 새끼를 그 어미의 젖으로 삶지 말지니라

그러므로 이 무화과나무를 심은 포도밭 주인은 4년째에도 무화과나무의 열매를 얻으러 가지 않았다.

 

드디어 5년째 되는 해!

그러나 무화과나무에는 열매가 맺히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당장 잘라내어야 한다.

그러나 그 주인은 무화과나무를 잘라내지 않았다.

 

아마도 주변 사람들로부터 온갖 모욕과 수치를 받았을 주인은 그냥 돌아갔다가 6년째 되는 해에 두 번째로 방문한다.

그러나 그 때에도 열매가 없었다. 그런데도 주인은 또다시 무화과나무를 잘라내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은 더 심하게 욕했을 것이고 포도밭이 무화과나무로 인해 버려지는 것을 안타까워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포도밭 주인이 무화과의 열매를 얻기 위해서 세 번째 방문한 해는 몇 년째일까?

7년째? 아니다.

7년째는 안식년이다.

그러므로 포도밭 주인이 무화과나무의 열매를 얻기 위해서 세 번째 찾아간 해는 심은 지 8년째가 되는 해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열매가 없었다.

그제서야 주인이 포도원지기에게 말한다.

내가 삼 년을 와서 이 무화과나무에서 열매를 구하되 얻지 못하니 찍어버리라 어찌 땅만 버리게 하겠느냐”(눅 13:7)

 

그런데 과수원지기도 보통이 아니다.

“주인이여 금년에도 그대로 두소서 내가 두루 파고 거름을 주리니 이후에 만일 열매가 열면 좋거니와 그렇지 않으면 찍어버리소서”(눅 13:8-9)

포도원 일반적인 이스라엘 사람들
무화과나무 이스라엘의 유업에서 벗어난 사람들(이방인 포함)
포도밭 주인 하나님
과수원지기 예수님

 

하나님 나라

이것이 바로 ‘하나님 나라’이다.

 

기대할 수 없는 것에 대해 한없이 기대하시면서 참으시는 하나님이나 그 진노를 막아서시는 예수님은 모두 바보 같이 느껴진다.

그러나 무화과나무에 해당하는 사람들, 즉 오늘도 여전히 열매가 없는 우리들에게는 ‘한없는 은혜’이다.

이스라엘을 비켜 버리고 그 자리에 하나님 나라의 유업을 잇지 못한 자들을 대신 심으신 하나님
그들에게 회개를 기대하시고, 회개를 통해 하나님 나라의 유업을 얻기 원하시는 하나님
그러나 여전히 열매 맺지 않는 우리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어 버릴 것을 명하는 주인 앞을 막아서며 간구하시는 예수님
그래서 살아남은 우리들

 


<참고문헌>

류모세, 『열린다 성경 식물 이야기』, 2008, 두란노서원, 16.

장재일, 밥하면서 보는 복음서의 유대적 배경, 2010, 쿰란출판사, 5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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