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나무(Sikma)
성경에 나오는 식물 가운데 번역이 잘못된 것이 몇 있는데, 그중에 ‘뽕나무’는 실은 ‘돌무화과나무(sycomore)’이다. 둘은 생긴 모양새나 열매가 전혀 다르다. 이 돌무화과나무는 히브리어로 ‘쉬크마(Sikma)’이며, ‘재활’, ‘회생’, ‘회복, ‘갱생’을 의미한다.
삭개오는 왜 종려나무 말고 뽕나무에 올라갔을까?
눅 19:4 앞으로 달려가서 보기 위하여 돌무화과나무에 올라가니 이는 예수께서 그리로 지나가시게 됨이러라 |
삭개오가 세리장으로 활동하던 도시는 여리고였다. 요단 들판의 노른자 땅인 여리고는 기후가 온화하고 샘이 많아 고대부터 발달된 도시였으며, 주로 광야의 오아시스 옆에서 자라는 종려나무가 많아서 ‘종려의 성읍’이라고 불렸다.
삭개오는 예수님이 여리고를 지나가신다는 말을 듣고 예수님을 보고자 했지만 키가 작고 사람이 많아 접근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뽕나무에 올라갔고, 이런 그에게 다가오신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눅 19:5 예수께서 그곳에 이르사 쳐다보시고 이르시되 삭개오야 속히 내려오라 내가 오늘 네 집에 유하여야 하겠다 하시니 |
삭개오는 여리고의 세리장으로서 여리고에서는 상당히 알려진 유력 인사였을 것이다. 지금으로 말하면, 여러 명의 회계사를 거느린 회계 법인의 대표 격이다.
그러므로 그는 여리고의 최고 VIP였고, 당시 여리고는 헤롯 왕의 겨울 궁전이 있는 대도시였기에 그 대도시의 VIP가 뽕나무에 올라간다는 것은 상당히 체면을 구기는 일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당시 여리고는 목자들이 뽕나무에 올라가서 뽕나무를 재배(blissa)하고 있는 시기였다. 뽕나무로 오역된 이스라엘의 돌무화과나무는 성서 시대에 여리고를 중심으로 한 요단 평야의 밀밭 사이에서 흔히 자라는 나무였다. 유월절 즈음인 초여름에 열매를 맺기 시작하는 무화과나무와 달리, 돌무화과나무는 한여름이 되어서야 구슬만 한 열매를 수없이 맺는데, 그대로 두면 떫어서 먹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뽕나무 위에 올라가 바늘로 열매들을 일일이 뚫고 그 자리에 올리브기름을 발라 주어 단 열매가 되게 해야 했다.
그래서 삭개오는 30m 가까이 하늘을 향해 쭉 뻗게 자라는 종려나무 대신에 뽕나무에 올라갔을 것이다. 종려나무에 올라가면 눈에 확 띄지만 뽕나무에 올라가면 어느 정도 체면을 지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세리와 죄인들은 하나님 나라의 유업을 잇지 못할 부류로 인식되었다. 그런 삭개오가 ‘회복과 회생’을 의미하는 뽕나무에 올라가서 예수님을 만났다. 예수님께서는 그런 삭개오에게 아브라함의 자손이라고 말씀하셨다. 그가 아브라함의 자손으로 회복되었음을 선포하신 것이다.
눅 19:9 예수께서 이르시되 오늘 구원이 이 집에 이르렀으니 이 사람도 아브라함의 자손임이로다 |
참고문헌
류모세, 『열린다 성경 식물 이야기』, 2008, 두란노서원, 77-82.
장재일, 『목사님~ 밥하고 설교하세요』, 2011, 쿰란출판사, 179-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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