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는 나무가 아니라 잡초
마태복음 13:31-32 또 비유를 들어 이르시되 천국은 마치 사람이 자기 밭에 갖다 심은 겨자씨 한 알 같으니 이는 모든 씨보다 작은 것이로되 자란 후에는 풀보다 커서 나무가 되매 공중의 새들이 와서 그 가지에 깃들이느니라 |
겨자나무는 이스라엘 순례객들이 가장 보고 싶어하는 성지 식물 중 하나지만 막상 보고 나면 실망하게 된다. 겨자는 이스라엘, 특히 갈릴리 지역의 산지와 낮은 평지에서 무리 지어 자라는데, 3월 중순~4월 초순까지 노란 꽃이 피어난다.
겨자는 나무가 아니라 풀이다. 그러나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은 땅에서 나와 곧바로 잎이 펼쳐지는 것을 풀(나물)로, 지면에서 나와 대가 있고 거기서부터 가지가 나오고 또 그 가지에 잎이 붙어 있는 것을 나무(에츠)라고 정의했다.
겨자씨 비유의 초점
겨자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보통 1.8~2m 정도까지 자랄 수 있다. 그러나 이 비유의 초점은 “겨자씨가 자라서 새가 깃들 정도의 큰 나무가 된다”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생각해야 할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겨자풀은 들에 널려 있는 잡초라는 것이다.
둘째, 하나님이 이런 잡초의 씨 한 알을 자신의 정원에 갖다 심으셨다는 것이다.
볼품없는 잡초를 자기 집 정원에 갖다 심어 애지중지 가꾸는 사람은 없다. 겨자풀은 정원에 갖다 심을 만큼 보기에 아름답지도 향기롭지도 않다. 게다가 군집 식물이다. 그러므로 정원을 가꾸는 사람에게는 가장 큰 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하나님 나라
눅 13:18-19 그러므로 예수께서 이르시되 하나님의 나라가 무엇과 같을까 내가 무엇으로 비교할까 마치 사람이 자기 채소밭에 갖다 심은 겨자씨 한 알 같으니 자라 나무가 되어 공중의 새들이 그 가지에 깃들였느니라 |
당시 갈릴리 주민들은 로마의 압제를 받고 있었다. 예루살렘 성전을 중심으로 한 주류 사회에서 밀려나 ‘이방의 갈릴리’라고 멸시받으면서 잡초처럼 눌려 살았다.
이런 그들에게 예수님은 잡초의 씨앗을 자기 정원에 심어서 새들이 깃드는 큰 나무가 되게 하시겠다고 말씀하신 것이다. 하나님 나라의 백성들이 바로 이런 잡초 같은 자들임을 전하신 것이다. 실제로 예수님의 제자들은 수많은 새들이 깃드는 인류의 거목으로 자랐다.
예수님은 3년 동안 공생애 사역을 하면서 잡초처럼 버려진 인생들을 집중적으로 찾고 심방하셨다. 세리, 창기, 문둥병자처럼 사회에서 소외된 자들에게 찾아가셨다. 겨자씨 비유를 몸소 실천하신 것이다.
겨자씨는 이해될 수 없는 상황 가운데 그 밭에 심겨졌다. 그것이 바로 하나님의 은혜며 하나님의 나라다.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밭인 하나님의 나라를 깨끗하게 하시고, 세상 모든 사람들의 모욕과 조롱에도 겨자씨 같은 나를 하나님의 나라에 심으셨다.
예수님은 잘되지 않을 것을 모두 다 아시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기대하신다. 그리고 결국 새들이 깃드는 큰 나무가 되게 하신다.
참고문헌
류모세, 『열린다 성경 식물 이야기』, 2008, 두란노서원, 162-165.
장재일, 『밥 하면서 보는 복음서의 유대적 배경』, 2010, 쿰란출판사, 6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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