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학&설교

'믿음'은 ‘들음’에서?/믿음은 어떻게 생기는가?(롬 10:17)

by 감사와 기쁨 2023. 12. 11.
반응형

믿음은 들음에서 난다는 것은 성서 시대의 독특한 교육법을 알아야 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말씀이다. 당시의 교육은 들음에서 시작되었는데, 이는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성서 시대의 교육법

그러므로 믿음은 들음에서 나며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말미암았느니라
10:17

 

첫째, 성서 시대 양피지에 적힌 두루마리 성경은 일 년 치 봉급을 모아야 간신히 살 수 있는 값비싼 것이었다. 그렇기에 마을 회당이나 부자들만 소유할 수 있는 예외적인 것이었다.

그런데 예수님의 말씀을 들은 청중들은 대부분 가난한 사람들이었다. 그러므로 이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공부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회당에 가서 말씀을 ‘듣는 것’뿐이었다. 스승이 들려주는 말씀을 통째로 암기하는 것이다.

예수님이 많은 비유의 말씀을 하시면서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라고 반복해서 말씀하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더러는 좋은 땅에 떨어지매 나서 백 배의 결실을 하였느니라 이 말씀을 하시고 외치시되 들을 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
8:8

 

이들은 말씀을 ‘읽고’ 깨달은 게 아니라 ‘듣고’ 깨달은 것이다.

 

둘째, 히브리어로 된 성경을 읽고 통역해 주는 서기관의 도움이 필수적이었다. 바벨론에 포로로 끌려갔다가 페르시아 제국 때 고국으로 돌아온 귀환민들은, 모국어인 히브리어를 잊어버리고 페르시아 제국의 공용어인 아람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두루마리 성경을 직접 필사하고 또 성경을 가장 권위 있게 해석할 수 있는 서기관이 필요했다.

 

말씀 묵상이란?

현대 그리스도인들에게 말씀 묵상침묵 가운데 말씀을 음미하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성서 시대의 독특한 학습법은 이런 묵상의 개념과는 차이가 있다.

오직 여호와의 율법을 즐거워하여 그의 율법을 주야로 묵상하는도다
1:2
나의 반석이시요 나의 구속자이신 여호와여 내 입의 말과 마음의 묵상이 주님 앞에 열납되기를 원하나이다
19:14

 

시편 말씀에 나오는 ‘묵상한다’(호게, הוגה)와 묵상(히가욘, הגיון)중얼거린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주야로 중얼거리면서 말씀을 통째로 암기하는 사람’이 ‘복 있는 사람’이다.

 

말씀의 전수

들음은 토라의 가르침을 자손 대대로 전할 수 있는 통로이기도 했다. 아버지는 자식에게 토라를 가르치고 아들은 아버지의 가르침을 듣고 이를 반복해서 암기함으로 다시 자손에게 가르쳤다. 그렇게 토라의 가르침이 대대로 전수되었던 것이다.

네 자녀에게 부지런히 가르치며 집에 앉았을 때에든지 길을 갈 때에든지 누워 있을 때에든지 일어날 때에든지 이 말씀을 강론할 것이며
6:7
이는 우리가 들어서 아는 바요 우리의 조상들이 우리에게 전한 바라
78:3

 

믿음은 어떻게 생기는가?

이렇게 책이 흔치 않아서 들음이 하나님의 말씀을 깨달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던 성서 시대에 바로 이 로마서의 표현이 나온 것이다.

그러므로 믿음은 들음에서 나며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말미암았느니라
10:17

 

그러므로 성서 시대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듣는다’는 것은 단순히 듣는 것으로 끝나는 행동이 아니었다. 이들은 랍비들이 가르쳐 주는 말씀을 열심히 듣고 이를 혼자서 수없이 중얼거리며 반복해서 암기했던 것이다. 당시의 학생들 대부분이 모세오경과 시편을 암송했다고 한다.

 

믿음은 설교를 듣는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성경을 읽고 주야로 중얼거리면서 암기할 때 생기는 것이다.

<참고>

류모세, 열린다 성경 생활풍습 이야기 상(), 2019, 두란노서원, 180-189.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