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시대의 유대인들은 바위에 판 무덤에 조상 대대로 장례를 치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아브라함도 헤브론에 있는 막벨라 굴을 헷 족속에게서 사서 사라를 매장하였다(창 23:9). 이렇게 마련된 가족묘(family tomb)는 후손들에게 물려진다.
하지만 가난하거나 조상이 마련해 놓은 매장지도 없는 사람들은 가족 중에 누가 갑자기 죽게 되면 아주 난처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유대인들의 율법은, 사람이 죽으면 그날 어둠이 내리기 전에 무덤에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평토장한 무덤
그래서 이런 사람들이 주로 사용했던 방법이 평토장 매장법이었다. 이 매장법은 단순하다.
사람들이 잘 다니지는 않지만 나중에 있을 2차 장례를 위해서 잘 찾을 수 있는 곳을 선별하여 땅을 20~40cm 정도 판다. 그리고 시신을 넣고 흙으로 덮는다. 이것이 바로 ‘평토장한 무덤(unmarked grave)’이다.
시신을 땅에 깊이 묻지 않는 이유는, 약 일 년 정도 지나 시신의 살이 다 썩었을 때쯤 무덤을 파내고 뼈만 따로 모아 2차 장례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시신을 묻어 놓은 곳을 표시해 놓았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많았다. 평토장을 하다가 주위 사람들을 부정하게 할 가능성을 제공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지표면에서 얕게 시신을 매장하게 되면 빗물에 흙이 쓸려내려 가면서 뼈들이 노출되고, 유월절을 지키기 위해 올라오는 많은 순례자들이 자신도 모르게 이런 뼈들에 닿게 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러한 불상사를 막기 위해 유월절이 다가오는 시기에는 예루살렘에 있었던 산헤드린(Sanhedrin)에서 사람들을 내보내어, 이런 평토장한 무덤에 회칠을 해서 표시를 했다.
그러나 만약 발견되지 않아 회칠을 하지 못한 평토장한 무덤을 밟게 되면 일주일 동안 부정하게 되어 성전에 올라갈 수 없게 되고, 일주일이 지나면 명절은 끝이 난다.
그래서 이런 자들을 위한 특별 구제책으로 사용된 것이 바로 ‘정결하게 하는 물’이다.
민수기 19:11 사람의 시체를 만진 자는 이레 동안 부정하리니 |
정결하게 하는 물
정결하게 하는 물은 감람산(올리브 산)에 단을 쌓고 붉은 암소를 죽여서 홍색 실로 묶은 백향목, 우슬초와 함께 태우고 그 재를 실로암에서 떠온 물에 타서 만들었다.
여호와께서 명령하시는 법의 율례를 이제 이르노니 이스라엘 자손에게 일러서 온전하여 흠이 없고 아직 멍에 메지 아니한 붉은 암송아지를 네게로 끌어오게 하고 너는 그것을 제사장 엘르아살에게 줄 것이요 그는 그것을 진영 밖으로 끌어내어서 자기 목전에서 잡게 할 것이며 제사장 엘르아살은 손가락에 그 피를 찍고 그 피를 회막 앞을 향하여 일곱 번 뿌리고 그 암소를 자기 목전에서 불사르게 하되 그 가죽과 고기와 피와 똥을 불사르게 하고 동시에 제사장은 백향목과 우슬초와 홍색 실을 가져다가 암송아지를 사르는 불 가운데에 던질 것이며 민수기 19:2-6 |
부정해진 사람이나 가족이 제사장에게 와서 자신이 부정해졌다고 고백하면, 제사장은 부정하게 된 사람을 앞에 세우고 우슬초의 묶음으로 정결하게 하는 물을 찍어서 뿌렸다. 그러면 즉시 정결하게 되었다.
그 부정한 자를 위하여 죄를 깨끗하게 하려고 불사른 재를 가져다가 흐르는 물과 함께 그릇에 담고 정결한 자가 우슬초를 가져다가 그 물을 찍어 장막과 그 모든 기구와 거기 있는 사람들에게 뿌리고 또 뼈나 죽임을 당한 자나 시체나 무덤을 만진 자에게 뿌리되 민수기 19:17-18 |
평토장한 무덤 같은 바리새인들
예수님이 바리새인들에게 평토장한 무덤이라고 말씀하신 것은, 사람이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 사람을 부정하게 만들어서 하나님 앞에 설 수 없도록 만들어 버리는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화 있을진저 너희여 너희는 평토장한 무덤 같아서 그 위를 밟는 사람이 알지 못하느니라 눅11:44 |
참고문헌
류모세, 『열린다 성경 식물 이야기』, 2008, 두란노서원, 264-271.
장재일, 『목사님~ 밥하고 설교하세요』, 2011, 쿰란출판사, 175-178.
장재일, 『밥 하면서 보는 복음서의 유대적 배경』, 2010, 쿰란출판사, 179-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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